전날부터 시작해서 오전까지도 잔뜩 흐리고 비가 내리더니 언제 그랬나 싶게 하늘은 파랗고 반가운 햇살이 곱게 내려오던 26일 오후 가족단위로 하나 둘 봄맞이 산책에 나섭니다.

오래간만에 찾아 본 삼선산수목원 입구에 4월이나 되어야 절정을 이룰 꽃잔디 동산에 성미 급한 몇 몇 송이가 서둘러 피어나 카메라 들이대게 되고, 노오란 산수유는 만개하여 ‘영원불변의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영원히 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예전에는 일명 지체 높은 집안에서나 심을 수 있었다는 영춘화가 반겨주니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이 머뭅니다. 얽히고설킨 가지마다에 노란 꽃잎 여섯 장씩 꼬박꼬박 달려 앙증맞게 피어난 모습을 보고 섰는데 “오모나! 이 꽃이 개나리꽃인가?”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던 한 부부가 다행히 옆에 꽂힌 이름 푯말을 보고서야 제대로 알아봐 줍니다. 개나리는 꽃잎이 네 장인데 영춘화는 여섯 장이니까 구별해줘야 영춘화가 섭섭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나리로 가끔 오해를 받으면서도 꽃말대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춘화를 뒤로 하고 걷는데 보랏빛 제비꽃이 겸손하게 피어나 반기고, ‘꼬랑사초’ 라는 이름표 달고 피어난 봄꽃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그늘 아래는 봉오리를 머금고, 볕바른 곳은 활짝 피어난 진달래가 반갑고, 벚나무마다 여차하면 피어날 준비 태세 갖추었고, 개나리꽃도 질세라 피어나서는 영춘화랑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수목원은 찾을 때 마다 색다른 꽃이 피어나 걷는 길이 심심치 않습니다. 이제 4월 중순쯤 되면 삼선산수목원에서는 앵도나무꽃, 민첩홍도, 왕벚나무, 미선나무, 돌단풍, 세룰라타벚나무, 만첩살구꽃, 명자나무, 큰별목련, 금낭화, 자목련, 할미꽃, 분꽃나무, 조팝나무, 블랙튤립, 무스카리, 팥꽃나무, 복사꽃, 화려한 헬레보루스꽃을 만나볼 수 있겠네요.

4월 말 즈음에는 봄은방울수선, 황매화, 꽃산딸나무, 돌배나무, 만첩홍도, 서부해당, 키쿠모모 복사나무, 죽단화도 기대해 봅니다.

요즘은 보이지 않아 안부를 물을라치면 어김없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중인 지인이 너무 많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1남5녀 형제자매가 최근 한 달 새에 모조리 슈퍼항체 소유자가 되었고, 너도 나도 피로감, 인후통, 잔기침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오미크론의 전염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저 감기 같다’는 식으로 가볍게 대할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8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국에서 18만7213명을 기록한 가운데 하향세를 보이고는 있다니 이제 좀 끝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에 함께 걸린 환자는 코로나19에만 걸린 환자에 비해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다시 긴장하게 합니다.

환경을 보면 희망을 스러지게 하고, 뉴스를 보면 연일 절망과 두려움을 가져다 줘 웃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봄이 오면 어김없이 활짝 피어나 보는 이들에게 소망을 주는 봄꽃처럼 그저 억지로라도 웃다보면 언젠가는 크게 웃을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지금 당장 활짝 웃어보면 좋겠네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난 영춘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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