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무더기로 피어난 운산 유기방 가옥을 찾아서

주말 맞은 2일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전국 곳곳에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며 상춘객들을 유혹합니다. 이곳은 아직 인 벚꽃이 아랫녘에는 이미 만발하였다니 일찌감치 서둘러 집을 나선 부지런한 이웃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하향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극성이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화창한 봄날 집에만 머물고 있을 수만은 없었는지 수선화가 아름드리 피어났다는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유기방 가옥을 향해 가는 길목 사방이 차량들로 붐벼 그야말로 옴짝 달싹을 못합니다. 당진방면에서 들어오는 차량, 서산방면에서 들어오는 차량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경찰이 출동하여 교통정리를 해야 하고, 행사장과 꽤 먼 거리에 제7주차장이 설치돼 있었는데 그곳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방문객들이 차보다 속도가 훨씬 빠를 정도입니다.

인내를 배우며 마침내 도착한 행사장 앞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 찼고, 입구우편에 마련된 농수산물 및 수제 작품 판매소를 들러 둘러보는 재미도 좋습니다. 근처 달빛 미술관에서는 사진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들이 전시돼 있어서 관람하는 분들이 여기저기서 감동의 탄성을 내지릅니다.

입구 매표소에서 일반인 7천원(어르신 6천원, 유아 및 청소년, 군인, 장애인은 5천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섰는데 좌편에서는 굴렁쇠, 투호, 활쏘기 체험장이 마련돼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우측 한 켠에서는 음악회가 열려 흥을 돋우고 있습니다.

유기방 가옥 주변으로 주인장이 한 두 송이씩 심은 것이 23년의 세월에 걸쳐 심다보니 어느새 무더기를 이루고 화사하게 피어난 수선화의 고결한 몸짓이 진풍경인데, 포토존 마다 긴 줄을 선 모습 또한 진풍경입니다. 볕이 많이 드는 곳은 만개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아직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라 한동안은 수선화의 향연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란 수선화를 배경으로 화사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어린이도, 어른도 너무 어여뻐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처녀들도 포즈를 취하는 순간 꽃이 됩니다. 한 어르신, 휠체어에 앉았지만 마음은 꽃밭에 앉았습니다. 주름 가득한 이 어르신도 꽃처럼 화사한 때가 있었을 것을. “꽃도 한 철이고, 나비도 한 철”이라는 속담을 되뇌어 봅니다.

유기방 가옥 안에 들어서니 젊은 연인들이 긴 줄을 서 있어서 뭔가 했는데 뒷문을 열어 걸터앉아 피어난 수선화와 함께 정겨운 항아리를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으면 작품이 되고 마는 것을 눈치 챘나 봅니다. 이렇게 보아도 예쁘고, 저렇게 보아도 예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보고 있노라니 ‘사소한 일상도 네 생각 한 자락이면 모두가 꽃이 된다. 그게 봄이고 이게 내 봄이다’ 윤보영 시인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고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선화의 향연에 빠져들어 행복한 주말을 보낸 상춘객들 얼굴이 샛노랗게 물든 채 자꾸만 지는 해를 보며 하나 둘 귀가를 서두릅니다.

다음 주에는 어디에서 봄꽃을 만날 수 있을까요?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인근 서산 해미천과, 당진천, 그리고 당진천 상류인 순성면이 벚꽃 명소입니다. 또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한 달간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는 세계튤립꽃박람회가 열려 이곳에 가면 튤립 뿐 아니라 다양한 봄꽃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가볼 만합니다.

오고 가는 길목마다 우유빛깔 목련이 마음까지 다 꺼내어 보이고, 개나리 진달래는 쏟아지는 봄 햇살과 어우러져 찬란하기까지 한 이 봄이, 이런 저런 일로 어수선한 우리 사회를 정리하고 설레임 가득한 희망으로 가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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