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운산신협 표은용 이사장

“운산 고풍리에 지금 산불이 났는데 강풍이 불고 있어서 그런지 계속 번져나가고 있어요. 우리 집하고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지만 걱정이 되어서  차타고 현장을 지금 찾아와 보았는데 전쟁터 같습니다. 저수지에서 물을 퍼 나르면서 대형헬기들이 진화에 나서고는 있는데 빨리 불이 잡혀야 될텐데....”

바람이 유난히 불어대던 9일 오전 여유롭게 아점을 즐기고 있는데 서산시 운산면에 거주하는 한 독자님으로부터 다급한 제보전화가 울렸습니다. 건조한 봄철이어서 진화에 어려움이 적잖을 터인데 강풍마저 불고 있어서 안타까움이 더해졌습니다.

불이 난 지역의 인근 주민들 뿐 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염려와 걱정으로 조바심 나게 했던 이 산불은 9일 오전에 시작돼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잡힐 수 있었습니다. 11일 차분하게 서산소방서 대응단과 인터뷰 해보니, 이틀간에 걸쳐 산불을 진화하는데 서른아홉 대의 헬기가 동원됐고, 투입된 소방인력이 2107명, 기타 장비 168대가 동원됐습니다. 주말이었지만 진화에 동원된 시청 직원들이 500명이 훌쩍 넘습니다. 이분들의 수고로움이 묻힐 뻔 했습니다.

이 산불로 주택 3채가 전소돼 이재민들은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라는 것과, 7동의 건물피해가 확인됐고, 나머지 산림 피해규모는 산림청에서 조사하는 데 만 최소 한 달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운산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당진 면천지역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이 사실인지를 물으니,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거리가 워낙 멀다.”고 답했습니다. 대체 이 산불의 원인은 무엇일까 싶었는데 어이없게도 생활쓰레기를 태우던 중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앞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서울 면적의 약 40%가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면적을 태우고 나서야 213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이 산불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고, 수 십 년 일궈온 일터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제가 아는 지인만 해도 이렇게 피해가 어마어마합니다. 이 분 집이 이렇게 다 전소 됐구요, 이분의 버섯농장은 수 십 년 일궈 왔는데 이렇게 다 타버렸대요.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30년을 기다려야 한 대요. 일생동안 해 온 일이 이건데 이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망연자실해 있다고 합니다. 정말 안타까워 죽겠습니다!”

강원도에서 지난 20년 동안 목회하면서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냈던 지인들이 피해상황을 사진으로 보내온 것을 보여주면서 당진에서 목회하고 있는 한 목사님이 피해를 입은 그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당부합니다.

버섯농장 주민의 말대로 한번 숲이 불타고 나면 산림이 복구되기까지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이 말합니다. 돈으로 환산조차 어려운 이 산불 피해 수습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어이없게도 서산시 운산면 고풍리 산불의 원인은 한 주민이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다가 부주의가, 강릉은 주민들이 무시하니까 화가 난 방화범이, 울진은 차에서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가 발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최근 들어 주목 받은 대형 산불들의 원인이 모두 인재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나의 부주의가, 나의 순간의 방심이, 나의 이기적인 행동이 수많은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고, 위기 속으로 몰아넣으며, 국민 모두에게 상처와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고, 일터가 사라져 망연자실해 하는 분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개인이, 혹은 기업이, 단체들이 모금을 해서 내 지역, 네 지역 구분 없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기도 하며 온정의 손길을 전하는 미담이 이어지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피해현장이 복구되어서 만개한 벚꽃처럼 피해민들이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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