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8일 오후 찾아본 당진 남산공원에 겹벚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꽃이 피고 지는 계절입니다. 어제만 해도 꿈쩍 않던 예배당 앞 겹벚꽃이 오늘 새벽에 보니 달리기 경주하듯 여기저기서 후루룩 피어나고 있어 깜짝 놀랍니다.

지난 주 연일 내린 비와 바람에 눈이 부시도록 찬란했던 하얀 벚꽃, 누런 개나리꽃이 속절없이 져갈 때 아쉬움이 한 가득이었는데 그 마음 눈치 채고 마치 위로라도 하는 듯 송이송이 슬슬 피어나기 시작하는 겹벚꽃과 영산홍 철쭉이 참 고맙습니다.

그새 겹벚꽃이 필 때가 되었구나 싶어 지난 해 실었던 자료를 찾아보니 이맘때 즈음하여 며칠 사이에 만개한 소식이 실린 것으로 보아 몽실몽실 피어날 준비를 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해마다 겹벚꽃이 탐스럽게 피어나 인생 샷도 여러 장 건지고 포토뉴스에도 큼지막하게 게재하곤 했던 당진 남산공원을 18일 오후 찾아보았습니다.

공원 입구에 늘어선 겹벚꽃, 아직은 숨을 꾹 참고 입 다물었는데도 곱디고운 진분홍빛깔 자체가 어여쁘고, 여차하면 숨 못 참고 내일이라도 모조리 꽃피울 것 같은 자태가 보는 사람 마음까지 설레게 합니다. 꼭 성미 급해 어딜 가나 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듬성듬성 몇 송이 먼저 피어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인 이번 주말에 만개할 것 같습니다. 차 밀릴 걱정 없이,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겹벚꽃의 황홀함을 맛보고 싶다면 당진 남산공원을 추천해봅니다.

겹벚꽃과 청벚꽃 명소로 전국에 알려진 서산 개심사 상황이 궁금하여 지난 주말 자녀들과 함께 다녀왔다는 동네 지인이, 아직은 일러 보였고 이번 주를 지나 말쯤 되어서야 피어날 것 같다고 귀띔해줍니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차량들로 붐벼 길에서 많은 시간을 지체하고 겨우 도착했는데 정작 꽃이 피지 않아 실망하고 돌아가시는 분이 계실까 싶어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안면도 꽃지해안공원 세계튤립축제장에는 주인공인 튤립 개화가 늦어지면서 아쉬워하는 관광객들을 달래기 위해 12일까지 무료입장을 허용했다가 80% 가량 피어난 13일부터는 유료입장으로 전환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18일 오후 행사 관계자와 통화를 해보니 이번 주말이면 드디어 만개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지난 주말에 이곳에 다녀온 지인이 이제 막 후루룩 피어나고 있는 튤립도 아름답지만 연둣빛, 분홍빛, 보랏빛, 푸른빛 형형색색의 탐스런 수국이 가장 황홀했다고 소감을 말해줍니다. 수선화, 히아신스, 루피너스, 비올라, 안젤로니아, 보랏빛 무스카리 등등 다채로운 봄꽃을 보고 돌아왔더니 온 몸이 봄으로 물든 느낌이라고. 이번 주말 꼭 튤립축제장을 찾아 화려한 꽃길을 걸으며 봄으로 물들여 와야겠습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다시 연 천리포목련축제장에도 백목련 자목련이 차례차례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하니 함께 찾아보면 좋겠네요.

남산공원에서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여럿이서 긴줄넘기를 넘으며 깔깔대고 웃음꽃 피우던 어린이들을 마지막 사진 속에 담고 돌아오는 길, 교문에서 하교하는 학생들 옷차림을 보니 반팔이 여럿 눈에 띄어 나태주 시인의 ‘봄’이 떠오릅니다.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엊그제 봄인가 싶었는데 금세 여름에 묻혀버릴 것 만 같은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봄을 담자. 두 눈에. 마음속에. 그리고 사진 속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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