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어린이날이어서 주중 맞이한 휴일이지만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양가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가기 위해 늦잠 대신 먼 길 가야 하니까 새벽부터 서두릅니다.

두 달 한 번 찾아오는 아들 며느리, 손자들에게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으셨나 봅니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모든 스트레스를 날리시느라 평상시 집안일을 약간 소홀히 하시는 어머니께서는 이날만큼은 모든 만남과 일정을 미루고 온 집안을 청결하게 쓸고 닦았습니다.

“니들이 온대니까 예뻐 보이고 싶으셨는지 아부지가 오늘 아침 이발소에 다녀오시드라. 하하하”

한동안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기도 하고 이래저래 미뤄오시던 이발을 말끔히 하시고는 어머니의 일러바침에 쑥스러운 웃음을 웃으시는데 “우리 할아버지, 영화배우보다 더 멋지시다!”는 손자들의 평에 그만 껄껄껄 기분 좋은 웃음을 웃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부담 없이 부모형제가 다닥다닥 붙어 앉아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서 그동안 쌓아놓았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가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하루 종일 부모님이 웃고, 형제자매가 웃고, 아이들이 웃었습니다.

8일 아침 약속이라도 한 듯 뻣뻣한 두 아들놈이 각자 쓴 편지를 쓰윽 건네는데 덩치대로 근엄하게 써내려간 장문의 큰아들 편지에 이어 막내 편지를 뜯어보던 남편이 하하하 소리 내 웃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항상 절 챙겨주시고 감사합니다. 언제나 밥벌이 해주시고, 일찍 일어나시는 아버지, 존경합니다.~~~~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밥벌이 해주시고‘ 이 대목에서 그만 빵 터졌나봅니다.

형님의 장문의 편지글 대신, 시도 아니고 고작 네 줄 써서 당당하게 내민 녀석에게 “편지 너무 고마운데, 근데 고작 네 줄? 엄마 아빠한테 할 말이 그리 없더냐?”하고 아쉬운 마음 담아 슬쩍 물으니, “우리 사이에 뭔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하고 우문현답을 해주어 아쉬운 마음 1도 없이 사라지고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잠22:6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엡6:1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5월 첫 주, “자녀들에게 마땅히 행할 길을 가르치라”는 주제의 설교에 이어 둘째 주를 맞은 8일 오전 “여러분, 어느 자식도 돌아가신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식은 없습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하십시오!”라고 강조하는 교회 목사님의 설교가 어느 때 보다도 가슴깊이 와 닿습니다.

올해로 90세에 접어드신 친정어머니께서 하루가 다르게 자꾸만 약해져 가고 점점 자신이 없어지시는지 이번에는 유독 그릇이며, 냄비며 이것저것 쓸 만 한 것들을 샅샅이 찾아내 자식들에게 챙겨주시는데 효도할 기회가 어쩌면 그리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공감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요/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함께 부르는 노래 ‘어버이 은혜’는 감사한 마음, 죄송한 마음들이 마구 뒤섞여 너 나 없이 모조리 눈물 흘리게 합니다.

“여러분, 우리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거에요! 제발 부탁입니다. 사랑한다고 자주 말씀드리세요!” 피를 토하듯 강조하는 목사님의 설교에 힘입어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날 밤 전화를 걸어 말미에 말씀드렸습니다.

“어메! 사랑햐~~~”

수화기 너머로 90 노모의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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