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보리가 서서히 익어갈 준비를 합니다. 차차 고개를 숙이며 겸손해질 무렵 풍성한 열매도 안겨주겠네요! 사람들 이기적인 행태에 온몸이 짓눌려도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자연은 스승입니다. 사진은 주말을 맞은 5월 14일 당진시 합덕읍 소재 한 보리밭에서 거룩하도록 아름다운 푸르름을 부지런히 사진 속에 담는 관광객들 모습

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스승’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자기를 가르쳐서 올바르게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나를 가르쳐주시는 학교 선생님만 스승인줄 알고 살았는데 반백년 넘게 살고 나서야 내 삶에 부모님이, 형제가, 남편이, 때로는 자녀들이, 친구가, 함께하는 이웃이, 양질의 도서가, 자연이 스승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이마에 참을 인을 새기고 살거라, 감사하며 살거라, 늘 배우는 자세로 살아라, 나누며 살아라” 1남 5녀 형제자매 귀가 닳도록 당부하시고 몸소 실천으로 본을 보이신 부모님은 일평생 소중하고 고마우신 스승입니다.

모르는 것 투성이인 동생 공부를 살펴봐주고,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하여 함께 지내면서 의견이 맞지 않아 때로는 투닥거리면서도 동생 단속을 잊지 않았던 언니는 언제나 든든한 스승이었습니다.

성도 다르고, 경험한 것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른 남편 덕분에 여자여서 접하지 못했던 일, 혹은 전혀 관심 없던 스포츠 분야에 생소하고 도통 뭔 소린지 모르겠던 용어들과 규칙들을 질문하고 답을 얻으며 더 깊이 배워가니 스승 맞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일이 뭐 있겠나 싶겠지만 자녀들이 때로는 스승이 됩니다. 늦둥이 녀석이 예닐곱 살 무렵 “어머니께서는 교회에서 성가대를 서신다는 분이 그렇게 믿음이 없으시냐!”는 말로 어미의 형편없는 믿음을 반성하게 하였던 것을 돌이켜보면 스승 맞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백배 행복하다는 친구, 책을 가까이 하며 늘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친구, 새로운 일에 용기 있게 도전하는 친구, 지혜로운 자녀양육과 부모에게 효가 몸에 밴 친구, 누구에게나 도리를 다하며, 맡은 일에 정직하고 충실히 임하며, 오해 대신 늘 이해로 화합하게 하는 친구는 배우고 싶은 롤 모델이 되어주며 스승이 되어줍니다.

“몸에 좋지 않은 조미료 대신 미역국 끓일 때, 나물 무칠 때, 참치액젓을 한 티스푼 정도 넣어주면 감칠맛이 난다구.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고춧가루 사먹지 말고 시장에서 통고추를 사다가 꼭지 따고, 먼지 잘 닦아내고, 씨도 적당히 빼내 방앗간에 가져가서 찧어다 먹어. 번거롭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훨씬 위생적이고 경제적이거든.” 철없는 내 딸이려니 여기며 섬세하게 삶의 지혜를 전수해 주는 이웃이 고마운 스승입니다.

양질의 책은 풍성한 지식과 지혜를 심어주며 나를 성장시키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만나게 하며, 미처 깨닫지 못했던 비밀 아닌 비밀도 알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문으로 안내해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스승입니다.

바위틈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깊이 내려 기어이 살아내는 힘, 사시사철 푸르기 위해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의 몸부림과, 때가 되면 한 치의 망서림 없이 떨궈 보내 줄 아는 쿨함, 비워야 할 때와 채워야 할 때를 알고, 꽃피워 주목받을 때 교만하지 않으며, 퇴장할 때를 알면서도 낙심하지 않음과, 비바람, 눈보라, 혹한 속에서도 버틸 줄 아는 인내심, 싹틔워야 할 때를 알고, 바람에 휘둘린다 하여 불평함이 없으며, 움직일 수 없어 만날 그 자리여도 원망이 없으며, 최선의 열매로 보답도 하며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자연은 위대한 스승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승 따로 있고 제자 따로 있는 것 아니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고 제자가 됩니다. 스승을 날을 보내며 학창시절 고마우신 선생님은 물론이고 가르쳐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서로의 삶 속 스승의 은혜를 깊이 묵상하고 감사하는 5월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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