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건강지원센터 내 공동육아나눔터 활동 모습

매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게 설교말씀을 녹음한 파일을 전달해 왔는데 원치 않는 에어컨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몸살을 앓아 연이틀 빠지게 된 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부탁해 놓은 두 세 사람으로부터 동시에 파일이 전송돼 왔습니다. 덕분에 매일 순서대로 주욱 이어지는 설교내용의 맥이 끊기지 않게 돼 감사했습니다.

‘이것이 품앗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니 어린 시절 어머니와 동네 분들이 논 가운데서 나누시던 대화가 생생하게 들려옵니다.

“의순네가 열 이렛 날 모 심는다고 했제? 열 엿 셋 날은 은영네고. 우리 딸보고 달력에 똥골배기 쳐놓고 큼지막허게 적어 놓으라고 했제. 미선네 할머니랑 순자 할머니, 아흐렛날 우리 집 밭 매러 오시는 거 잊지 마시쑈이!”

딱 요맘때 작은 시골집 치고는 대농이던 우리집 논 모내기 현장에서 나름 일손을 도와드려보겠다고 바지 가랭이 딸딸 걷어 올리고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살에 그렇잖아도 까만 살 그을린다고 투덜대면서도 논두렁에 서서 못줄을 단단히 잡아주고 섰노라면 품앗이로 모심으러 오신 동네 분들에게 갚을 날짜를 거듭 확인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선연합니다.

농촌 바쁜 일손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을 품앗이라고 하는데 왜 품앗이 인가 했더니 일을 하는 '품'과 교환한다는 뜻의 '앗이'가 결합된 말이었습니다.

모내기 할 때, 김 맬 때, 추수할 때, 겨울에는 김장할 때, 그리고 우리 언니 오빠 시집 장가 갈 때도, 할머니 장례를 치를 때도 어김없이 품앗이로 서로의 일손을 돕고 있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한 육아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에게는 품앗이육아가 큰 관심사입니다. 이른바 육아를 부모님들이 공동책임을 갖고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육아하는 것인데 어느 한사람이 주체가 되는 것 아니고 모두가 주체가 됩니다.

지자체에서도 공동육아나눔터(이하 나눔터)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진지역에서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나눔터에서 그룹을 만들 수 있도록 연계해 주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그룹을 결성해오면 장소를 무료로 제공해 줍니다. 이들의 공동육아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재료비 등 약간의 활동비를 지원해 주면서 육아지원을 적극 돕습니다.

이곳에서는 단순 돌봄부터 등·하원 지원이나 체험, 놀이, 취미활동, 독서활동, 반찬이나 육아 등 나눔, 생활정보 나눔까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나눔터는 만12세까지도 참여하고 있지만 주로 0세부터 취학 전 아동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또 나눔터가 아니더라도 집 가까운 사람들끼리, 학교에서 만난 또래 아이들 학부모끼리 과목을 나누어 맡아 지도해주는 품앗이 문화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요즘은 하객품앗이도 있습니다. 내 결혼식에 와달라고 부탁하고, 상대방 결혼식에도 가주는 문화입니다. 예비신랑 쪽 혹은 예비신부 쪽이 하객 수가 일방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 한쪽이 초라해 보일 수 있으니 SNS를 통해 결혼 날짜와 장소를 주고받고, 서로 오고 가며 품앗이 하객을 약속합니다. 품앗이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또 요즘 신세대들은 카카오톡에서 서로 친구 추가를 해서,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서로 달아줘 조회수도 늘려주며 이른바 카카오뷰 품앗이를 하고 있었네요. 팔로워 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이른바 인스타품앗이가 성행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품앗이 문화가 이렇게 변질되어가는 가 싶으면서도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려니 이해하기로 합니다.

요즘은 문화품앗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문화품앗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체육자원봉사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만든 것인데요, 개인이나, 동호회, 전문가들이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문화 체육활동에 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어떤 지자체에서는 매달 특정한 날을 ‘품앗이데이’로 정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기도 하고, 물건을 서로 나누기도 합니다.

요즘 농촌에서는 노동을 노동으로 갚는 대신, 돈으로 지불하는 임금노동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그러니 품앗이문화도 자연스레 잊혀져가는 가 싶었는데 현 시대에도 우리 삶속에서 여러 가지 모양새로 품앗이문화가 이어져가고 있었습니다.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일, 우리나라 공동 노동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됐다는 ‘품앗이’문화가 시대를 따라 변질되지 않고 아름답게 이어져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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