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혹독한 무더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일정기간 쉼을 누릴 수 있어서 누구라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5일간 꿀 같은 휴가를 앞두고 어떻게,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며 알찬 시간 보낼까 싶어서 이리저리 궁리해보며 미리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똑똑한 인생선배에게 반백년을 넘어선 내 나이에 읽어두면 좋을 책들을 추천받아 주문해 놓기도 하고,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여기 저기 흩어져 사는 형제자매들과 부모님 댁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맞춰보며 설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사태 이후 요 몇 년 동안 부모형제가 한자리에 함께 모일 수 없었기 때문에 올 여름 휴가는 더욱 흥분되고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는 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캐나다 사람들이 보내는 전통적인 휴가법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짧게는 1주일, 보통 2주일씩 주어지는 휴가 기간을 그냥 느긋하게 자연 속에서 놀고, 먹고, 쉰다고 했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 휴가를 위한 별장을 마련해두고 여름이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거나 캠핑을 떠나기도 합니다. 매년 같은 별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휴가를 보내는 일이 너무 뻔해 보이고 재미있을까 싶은데 그들은 그 시간을 진심으로 즐긴다고 했습니다.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가족이 만나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특히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땅이 넓은 캐나다의 경우에는 가족들이 만일 서로 다른 주에 거주한다면 어떤 곳은 비행기로 4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자동차로 7시간이 걸리는 것은 다반사라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함께하는 시간이 애틋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매년 정해진 장소에서 부모 형제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우리 가정 휴가랑 닮았습니다. 뭔가를 특별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함께 한자리에 모여 수다 떨며 눈물나도록 웃을 수 있습니다. 평상시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도 수 시간을 서로 소통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또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언제까지나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감자, 옥수수 한 솥 삶아 피리를 불고, 큰 수박 쩍 하니 쪼개 그 자리에서 먹어치울 수 있는 속 시원함이 있어 좋습니다. 평상시 식구가 몇 안 되니까 매번 깍뚝 썰어 이 그릇 저 그릇 담아 냉장보관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속 시원함은 대가족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특별한 음식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밭에서 자라나는 야채를 고루 뜯어 커다란 양푼에 넣고 엄마손 고추장, 직접 농사 지어 짜낸 참기름을 들들 부어 쓱쓱 비벼 너도 한 입 나도 한 입 맛을 보는 순간 눈들이 동그래지고 입 안에서는 고래소리를 연발하며 리액션을 하노라면 세상 행복이 다 우리에게 몰린 듯 합니다.

완벽하게 갖춰진 호텔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푹신한 침대는 없어도 돗자리 깔고 누워 낮도 모자라 밤이 새도록 부모형제 수다를 떨어대다 보면 혹 마음속 슬며시 자리 잡았던 응어리는 스르르 풀어지고, 내 사정, 네 사정 들어주다 보면 사람 사는 것 너나 나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아채고 위로가 되고, 정이 쌓이고, 행복이 쌓입니다.

올 여름 휴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탓에 ‘휴포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하는데 씁쓸합니다. ‘휴포족’이 뭔가 하니 어디라도 가볼까 하면 국내든 해외든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뭔가 특별한 곳을 가고, 특별한 것을 먹고, 특별한 곳에서 잠이라도 자줘야 휴가일까요! 스스로를 ‘휴포족’이라 여기며 우울한 마음으로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낸다면 손해입니다.

우리지역에서는 충남도서관에 가면 고물가 시대에 모두가 부담 없이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으니 이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바닥분수에서 물놀이도 즐기면서 실속 있는 ‘북캉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충남 서해안은 지척에 산과 바다가 많아 부담 없는 당일치기 여행이 수월합니다. 

휴가는 내 자신에게 쉼을 주어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므로 휴가를 포기한다는 그런 우울한 말은 고이 접어두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내 형편에 맞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보면 좋겠습니다.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거리두기가 없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유행 확산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특히 2~3주일 사이가 이번 재유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니 가급적 방역수칙과 3밀 환경 등 위험환경을 주의하시고 특히 60세 이상 고령의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4차 접종까지 꼭 예방접종을 받으시고 여름휴가 기간을 안전하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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