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행복해야 할 휴가 기간 동안 진심을 왜곡한 누군가 무심코 툭 내뱉은 말 한마디가 자꾸 생각이 나서 뜨겁게 몰아치는 햇살에 고개 푹 숙이고 있던 서산시 운산면에 조성된 해바라기들 마냥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습니다.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려도 보고, 평상시 멀리하던 성경구절도 찾아 읽어가며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마저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별 기대 없이 옆에서 매우 평화롭게 독서하고 있는 아이에게 자문을 구해보았습니다. 도움이 됐습니다.

“아이구, 그냥 다 털어버리세요!”

어른이 말로 낸 상처를 아이의 말 한마디가 싸맸습니다. 자문을 구하기를 잘했습니다. 아이의 말대로 그냥 다 털어버리기로 작정하니까 그저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되어 남은 시간들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말의 소중함은 매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휴가니까 여유롭게 들여다 본지 오래되어 먼지 머금고 책꽂이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속담 책을 꺼내들고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 관련된 속담이 60여 가지가 넘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길이 아니거든 가지 말고 말이 아니거든 듣지 마라’, ‘남의 말 다 들으면 목에 칼 벗을 날 없다’,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내 말은 남이 하고 남 말은 내가 한다’, ‘내 할 말을 사돈이 한다’, ‘눈 먼 장님은 서울을 가도 말 못하는 벙어리는 서울 못 간다’, ‘들은 말 들은 데 버리고 본 말 본데 버려라’, ‘말 뒤에 말이 있다’, ‘말로는 못할 말이 없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말 속에 뜻이 있고 뼈가 있다’ 등 다 기록할 수 없을 만큼 속담이 많습니다.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는 속담을 읽으며 ‘그렇지!’ 수긍하며 웃음이 납니다.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속없는 사람마냥 평상시 해해거리던 아내가, 엄마가, 친구가 왜 우울해 하는지 속내를 말하지 않으면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말을 하니까 ‘그래서 그랬구나, 나였어도 그랬을거야’ 하면서 이해도 해주고 위로도 해줄 수 있습니다.

‘실없는 말이 송사 간다’는 속담을 접하면서는 무심코 한 말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부를 수도 있음을 깨달으며 함부로 말하지 않기 위해 묵언수행 차 구슬이라도 하나 입에 물고 다녀야 하나 생각하며 책속에 빠져듭니다.

‘어린아이 말도 귀담아 들어라’라는 속담을 읽으며 어린아이의 말도 쓸모가 있을 수 있음을 아주 방금 직접 뜨끈뜨끈하게 체험했기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웃으라고 한 말에 초상난다’하니 평상시 웃자고 가벼운 농담을 즐겨하는 터인지라 도가 지나친 농담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각별히 명심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말을 잘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리하다는 속뜻을 가진 ‘일 잘하는 아들 낳지 말고 말 잘하는 아들 낳아라’는 속담도, 잘못을 저지르고 변명을 늘어놓는다는 뜻을 가진 ‘콩 밭에 소 풀어 놓고도 할 말이 있다’는 속담도 새롭게 접하며 배웁니다.

말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방식중 하나입니다. 행동으로 열 번 잘해놓고도 말 한 번 잘못함으로 공들인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날이 선 듯 날카로운 말, 화내는 말, 투덜대는 말, 심술궂은 말 대신, 배려의 말, 감사의 마음을 담은 말, 격려하는 말, 용서하는 말, 걱정해주는 말, 따뜻한 말, 칭찬의 말을 하여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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