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학교 캘리그라피 동아리에서 붓 펜을 활용하여 하얀 편지봉투에 알록달록 글씨를 쓰고 색감 곱게 그림을 그려 넣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는데 주홍빛깔 홍시감이 그림이지만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아름답습니다.

 ‘추석이 행복한 추억이 되도록’  글귀에 감탄하면서 찬찬히 살펴보니 보름달이 아니고 조각달입니다. 식탁에 마주앉아 추석은 8월 보름이니 중학생쯤 되면 조각달 대신 보름달을 그려 넣었어야 되지 않냐 아쉬움에 까닭을 물으니, “코로나19는 재확산 되고 있다지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도무지 끝날 것 같지가 않지요, 곧 역대급 태풍까지 온다고 하니까 제 마음이 쫄았나 봅니다.”하고 답을 해주니 공감이 갑니다.

아이 말대로 연일 코로나19는 발생현황을 보여주는 붉은색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며 긴장하게 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개전 190일을 훌쩍 넘기고서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충남도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연일 태풍 힌남노 북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오니 쫄 법도 합니다.

더군다나 충남지역 가운데 특히 청양군과 부여군은 얼마 전에 내린 폭우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만큼 피해가 큰 상태로 아직 복구조차 다 못한 상황에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와 바람이 예상되고 있다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절망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김상범 씨가 수년 전 귀농하여 구입한 밭에 수 그루 심었다는데 열매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감나무 가지들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바닥을 향해 축 늘어졌습니다.

“올해는 열매를 많이 거둘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역대급으로 강력한 태풍이 온다니 걱정입니다. 저 녀석들이 태풍을 잘 견뎌줘야 할 텐데 말이에요. 우리 지역은 직접적인 영향권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걱정입니다.” 넘쳐나는 깻잎 따다 드시라는 시골인심에 감사하며 주말동안 찾아 본 농장에서 만난 김상범 씨의 눈빛이 나무마다 올망졸망 많이도 달려 잘 성장해 가는 감들이 태풍에 다칠 새 라 자식 대하듯 애틋합니다.

충남 서산에서 직장생활 하다가 몇 년 전 고향인 포항으로 돌아가 시아버지의 과수원 농사를 도우며 살고 있는 지인 부부에게 이번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다 하니 안부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태풍전야의 긴장감이 전화상으로도 절절히 느껴집니다. 태풍이 온다는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물으니 “물이 잘 빠지도록 골을 파주고, 힘겨워하는 나무들은 지지대를 세워 묶어주면서 최대한 애를 써보고는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평상시 ‘나 자신을 믿는다’던 지인 남편이 “기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습니다.

우리집 아이의 바람대로 모두에게 추석이 행복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올 추석은 이래저래 설레임 대신 긴장감이 돕니다. 지인의 말대로 거대한 자연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태풍 위기도 그저 지혜롭게 잘 버티고 넘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그래서 8월 보름 추석날, 그림 속 아이의 처절한 조각달이 보름달로 풍성하게 떠오르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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