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발걷기를 실천해보니 좋더라는 말을 듣고 18일 오후 즉시 숲을 찾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지인들.

해질녘 오래간만에 지척 숲을 찾아보았습니다. 불과 2-30미터 거리에 있는 너른 운동장을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휘잡아 도는 매력에 푹 빠져 한동안 눈길조차 주지 못했던 숲의 우거진 나무들 사이사이마다 가을이 스리슬쩍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청솔모 녀석이 나무를 부지런히도 오르락내리락 해대더니 인기척에 한참을 멈춰 서서 겁도 없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여유롭게 눈 맞추고는 제 눈에 들지 않았는지 쌩하니 내빼버립니다. 청솔모 녀석에게 뜻하지 않게 바람맞고 솔잎 살짝 내려앉은 오솔길을 걷다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가운데 몇몇 분들이 맨발로 부지런히 걷고 있어 눈에 띕니다.

연세가 60이 넘었다는데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놓칠세라 따라붙어서 “보들보들한 황톳길도 아니고 밤 가시도 간간히 보이던데 발바닥이 괜찮으신거냐?” 여쭈니 “여기는 삼선수목원처럼 매끈한 황톳길이 아니니까 처음에 맨발로 걸을 때는 발이 뭐에 찔리지 않을까, 돌부리에 걸려 다치지 않을까 긴장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살피면서 걸었는데 괜찮았어요. 맨발걷기에 매우 안전한 곳임을 확인했지요. 두 달 넘게 걷고 있는데 아무 이상 없답니다.”라고 답해주십니다.

그러면서 묻기도 전에 맨발 걷기를 실천하고 나서 얻은 유익을 주르륵 설명하십니다.

“여섯 살, 네 살 짜리 손자들을 갓난아기 때부터 맡아 키우면서 수 년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밤중에 스무 번도 더 깼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래도 아이들이 좀 커서 잠을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여전히 잠을 깊게 잘 수 없었어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어린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더라구요. 그러다가 맨발로 걸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이 숲에서 당장 실천해 보았어요. 그랬더니 몸도 가벼워지고 잠에서 간간히 깨더라도 진짜 숙면을 취하게 되더라구요. 효과를 톡톡히 보다보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걷기도 하구요, 매일 시간을 정해 이렇게 열일 제껴 놓고 걷는답니다.

울퉁불퉁한 땅을 밟는 동안 발바닥이 지압되니까 말초신경이 자극을 받고 신체 곳곳으로 피가 원활하게 전달될 뿐 아니라, 피가 몸속 구석구석을 순환하며 혈관 내에 붙어있던 노폐물과 비활성 산소가 씻기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증후군을 개선해주며, 불면증이 개선되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며 우울증과 무기력감도 개선된다는 등의 맨발걷기 효능은 이미 이론으로는 빠삭하게 알고 있었지만 맨발걷기를 하려면 최소한 황톳길 쫘악 깔린 삼선산수목원이라도 찾아가줘야 가능한 거 아니겠나 싶어 미뤄왔었는데 이렇게 지척 숲에서 맨발걷기가 가능하다니 반가운 마음에 당장 신고 있던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놓고 실천에 돌입할 수 있었습니다.

얇게 깔린 낙엽이 사르르 밟히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한 돌멩이들이 밟히며 발바닥이 꽤 시원합니다. 어느 구간에서는 돌멩이 하나 없이 보드랍고 시원한 황톳길을 만나 마음 놓고 걷기도 하고, 밤나무 아래를 지날 때는 더욱 살피며 걷지만 운동화를 신고 앞서 걸으신 분들이 밤송이를 치워주는 센스로 안전하게 걷습니다.

평상시 운동장을 걸을 때는 한 시간이 적잖이 지루했는데 숲에서 걸으니 금세 시간이 지나버린 것 같습니다. 발을 툭툭 털고 운동화를 신고 내려오는데 몸이 날아갈듯 가볍게 느껴지며 상쾌합니다. 그러고 보니 숲에 오르기 전 소화가 안 되고 머리가 지끈거렸었던 것 같은데 배가 고파오고 두통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져 내려왔으니 망정이지 더 걸었으면 부작용에 시달릴 뻔 했습니다. 왜냐하면 맨발은 완충 없이 지면의 충격이 그대로 신체에 와 닿기 때문에 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초보자는 하루 20분 이상 걷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니 말입니다.

맨발로 걷는 것이 처음이라면 한 번에 15분에서 20분의 걷기 운동으로 시작하고, 발과 발목이 새로운 걷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걷는 거리와 시간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인조 잔디나 해변의 모래사장, 학교 운동장 고무 트랙 등이 초보자에게 가장 적합한 연습장이라고 하니 숲에서 뿐 아니라 매일 찾는 운동장에서도 맨발걷기를 즐겨 해보아야겠습니다.

맨발 운동 후에는 발바닥에 상처나 화상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체크하면서 적절한 사후관리를 해주고, 맨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발바닥의 민감도가 떨어지기 쉽기 때문에 반드시 눈으로 상처를 확인하고 케어 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혹여 맨발로 걷는 운동을 꼭 하고 싶은데 이물질로부터 발을 보호하고 싶으신 분들은 최대한 맨발로 걷는 운동의 장점을 보존시켜주는 신발이 개발되어 스킨슈즈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으니 참조하시어도 좋겠습니다.

맨발걷기 실천 5일째를 맞는 오늘 아침, 여전히 새벽을 깨워 하루를 계획하고 같은 시간을 잤는데 몸이 가볍고 숙면을 취했는지 피곤하지 않고 집중이 매우 잘됩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건강한 루틴이 생겼습니다.   

무엇인가에 대해 ‘좋다더라’ 하는 이론을 아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것은 이론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장 실행에 옮길 때 좋다는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되는 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