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6일 호서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탑동감리교회 전교인 화합 체육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줄다리기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선선한 가을바람 아래 지역마다 곳곳마다 3년 만에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가 하면, 멈춤이 없는 코로나19에 아직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단체마다 화합의 장을 열고 소통하며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주말을 맞은 지난 15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는 불교, 천주교, 유교, 천도교, 기독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대한민국종교문화축제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올해로 23회 째를 맞이했다는 이날 행사는 종교 간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자리로 종교는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겸손한 자세로 국민통합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잘 감당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니 마음속 평안이 자리 잡습니다.

같은 날 서산에서는 개교 111주년을 맞이한 서산초등학교에서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동문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선후배간의 정을 나누며 화합의 장을 이루었다는 소식도 전해옵니다.

같은 날 당진에서는 당진시귀농귀촌협의회 회원들이 당진시 신평면 매산해변길 하나루농장에 모여 화합한다고 하여 오후 2시에 찾아보았습니다. 선배가 먼저 정착하여 배우고 터득한 농사정보를 후배들에게 나눌 때는 온통 집중하며 귀담아 새겨듣습니다.

후배들이 좌충우돌 정착하기까지 겪는 여러 어려움을 토로할 때는 진중하게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며 선배들은 그야말로 든든한 조력자가 됩니다.

선배가 일궈놓은 고구마 밭에서 호미 들고 직접 수확도 해보면서 농부의 기쁨을 누려봅니다. 뚝딱뚝딱 썰고, 다듬고, 굽고, 지지고, 볶아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해가 지도록 웃음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16일 오전 당진 호서고등학교 체육관에서는 탑동감리교회 400여 교인들이 3년 만에 전교인 체육대회를 열어 화합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할머니와 손자가 힘을 합하여 큰 공을 굴리며 달리는 모습이 은혜롭고, 우리 어머니들 통통한 허리에서도 잘도 돌아가는 훌라후프는 감탄을 자아내고, 20여 개를 성공하며 제기차기는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여성분도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신발을 냅다 벗어던져 점수를 매기는 ‘신발양궁게임’은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을 배려해 준비했습니다. 어쩌다 얻어걸려 정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은 신발 주인공 어르신은 손자들이 즐겨 쓰는 말 ‘앗싸!’와 같은 추임새와 함께 춤을 추고, 의욕이 앞서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정중앙을 넘어 포커스를 한참 벗어나 저만치 달아난 신발이 야속하여 ‘웜마! 어쩌끄나!” 하시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애나 어른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승패에 관계없이 참여하신 모든 어르신들께 선물을 안겨드리니 일제히 소녀웃음 웃습니다.

단체줄넘기는 역시 서로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박자를 못 맞추면 이내 걸려 중단되고 맙니다. 줄이 돌아가지 않을 때라도 함께 뛰어보며 호흡을 맞춰봅니다. 그러면서 서로 어색함은 사라지고 친밀함이 배가 됩니다.

만보기를 차고 숫자 올리기에 혈안이 된 아버지들, 게임을 마치자마자 평상시 운동부족을 자진 고백하며 바닥에 주저앉는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계주경기에 임할 때는 거침없는 질주에 입이 떡 벌어지고, 코너를 돌며 중심을 잃고 넘어졌어도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가는 패기에 힘껏 박수를 보냅니다.

대망의 줄다리기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화합의 절정을 이룹니다. “여엉차, 여엉차!” 힘을 합하여 거뜬히 승리하고 함성을 내지르는 편이 있는가 하면, 질질 끌려가다 모조리 바닥에 패대기쳐져 아수라장이가 된 편도 있습니다.

네 편, 내 편 누가 이기고 지는 것 하등에 상관조차 없는데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어느새 하나가 됩니다.

주말동안 화합의 자리에 함께 참여하면서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겠다는 용기를 회복하며 행복했습니다.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서로 얼굴을 대하며 함께 식사를 나누고 소통하면서 가족이 되었고, 희망을 노래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군자는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동일성을 추구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하지 않는 소인배와 같지 아니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 주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화목하게 살아갈 줄 아는 군자로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 10월 15일 오후 당진시귀농귀촌협의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후배간에 정보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며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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