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포커스] 비문해ㆍ학력 소외계층에 배움의 기회 제공하는 ‘2023년 성인문해교육 마을학교’ 개강, 서산지역 마을회관에서 연중 운영

▲ 2월 27일 서산시 인지면 야당1리(이장 이상순) 마을회관에서 80대 후반 어르신들이 연필을 들고 책을 펼치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어도 어려운 형편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시절을 보내오신 어르신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공부는커녕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설움이 가슴 속 깊이 서려 있는 이분들에게는 배움에 한이 맺혀 죽기 전에라도 한글을 깨우치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이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교육의 기회를 놓친 분들을 위해 문해교육 지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2020년 기준 성인문해능력 조사결과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불가능한 성인 비문해자의 수는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이제는 기존의 문자해득교육에서 디지털․금융 등 각종 생활밀착형 문해교육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 문자해득교육에서 디지털 문해교육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서산시평생학습관에서도 문해교육 지원 사업에 열심을 내고 있다.

2월 27일 방문해 본 서산시 인지면 야당1리(이장 이상순) 마을회관에서는 80대 후반 어르신들이 연필을 들고 책을 펼치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지는데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칠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칠판 앞에선 정영옥 강사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열심히 강의하는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고 집중하여 듣는 어르신들의 눈이 어린아이와도 같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중에서도 흰 머리 최고령 98세 유정순 어르신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한평생 살아온 한을 모두 푸는 듯 배움의 열정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유정순 어르신은 "항상 마음속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이 맺혀 있었다"며 "비록 늦은 나이지만 이제라도 배움의 기회를 얻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희자 반장은 “공부하는 것이 치매에도 좋다고 하고 재미도 있어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면서 “얼마 전에 책으로 나온 ‘마을학교 작품집’에 내가 글을 썼는데 우리 며느리가 명절에 와서 읽어보고는 눈시울을 붉히더라. 시에미 속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고 자랑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이름석자도 못쓰던 내가 받아쓰기 시험 본 것을 자식들한테 가져가서 보여주니까 자식들도 못하는 것을 선생님들이 해주신다고 진짜 감사해 했다.”며 스승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마을은 이상순 이장과 주민들이 음으로 양으로 적극 지원하며 어르신들의 공부를 돕고 있었다.

이상순 이장은 “어르신들께서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니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 주민들이 함께 끝까지 응원하겠다. 파이팅 하시기를 바란다. 어르신들의 학구열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15년 째 문해교육을 해 온 정영옥 강사에 의하면, 코로나19에도 쉬지 않고 비대면으로 교육을 진행해 왔다고 한다. 어르신들 배움의 열정 앞에 코로나19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 강사는 “어르신들이 더하기 빼기 한글 영어 뿐 아니라 색종이 접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행복해 하신다. 특히 새로 들여온 전자제품이나 핸드폰 사용법도 모르겠다고 하시면 함께 가르쳐드리고 있다”면서 “배움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문해교육에 꾸준히 참여해 오신 학습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문해, 학력 소외계층에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2023년 성인문해교육 마을학교’가 개강하여 서산지역 마을회관에서 연중 운영되고 있다.

성인문해교육 마을학교는 비문해 성인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 읽고 쓸 수 있는 문자 해득 능력과 사회․문화적으로 필요한 기초생활 능력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2006년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했던 인지면 둔당2리 마을학교를 재 개강 했으며, 지곡면 환성1리, 부석면 강당2리, 부춘동 읍내41통 등 4개소에 마을학교를 추가로 개강해 총 19개소 21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마을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지곡면 환성1리의 경우에는 지난 2018부터 2021년까지 정규 초등학력 과정을 마치고 초등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으며, 올해부터는 예비 중학과정으로 3년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목 등을 공부하게 된다.

환성1리 최고령 입학생 김(90세) 씨는“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후 코로나로 공부를 못하는 동안 배웠던 글자를 자꾸 잊어버려 속상했는데, 선생님과 함께 다시 공부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마을학교 운영을 격려하며 지원하고 있는 이완섭 서산시장은 “마을학교에서 한글뿐만 아니라 체조와 그림도 배우며 몸과 마음이 젊어지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며 “어르신들의 즐거운 노후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을 위해 서산시에서는 2006년부터 마을회관, 경로당 등에서 성인문해교육 마을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돼 지금까지 1,330명이 졸업했다.

다음은 유희자 어르신이 마을학교 작품집에 발표했던 ‘호미친구야’라는 주제의 글이다. 배운 것이 없어서 그저 호미자루 쥐고 농사지으며 직업을 바꾸지도 못했던 한이 서려있는 듯 하다. 평생을 싫어도 함께해야 했던 호미자루 대신 이제 연필을 쥐고 어르신의 바램대로 공부하면서 재미나게 사시기를 바래본다.

[호미야 나 스물세 살에 너를 만나 평생을 친구 했구나. 더 닮아서 허리가 굽었구나. 호미야 너하고 늙도록 같이 살아도 너는 인물만 좋구나. 호미야 내가 자루만 바꿔주면 너는 항상 건강하구나. 친구야 나는 네가 이젠 싫어진다. 나는 너를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 자꾸 너를 닮아 허리가 구부러지는구나. 나는 왜 늙을 때까지 직업도 못 바꾸었는지. 나는 이제 학생이다. 마을회관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재미나게 살아야겠다.]



▲ 유희자 어르신이 '마을학교 작품집'에 발표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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