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황토사과

[농어민&포커스] 예산지역 사과농가, 올해로 사과 재배 100년 맞은 가운데 가을 사과의 대명사인 ‘부사’ 본격 출하 중

 

올해 탄저병이 창궐하면서 충남 예산군 일대 사과농가들의 한숨이 어느 해보다 높았다.

탄저병은 열매 표면에 갈색 작은 반점이 퍼지면서 중앙부가 검게 변해 썩는 병이다. 주로 나뭇가지의 상처 부위나 열매가 달렸던 곳, 잎이 떨어진 부위에 균사 형태로 침입해 겨울을 보낸다. 5월부터 포자를 만들었다가 여름철 비가 오면 빗물을 타고 퍼져 1차 전염 이후 열매에 침입해 발병한다.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빠르게 퍼지는 게 특징이다.

올여름 물폭탄 같은 비가 쏟아지면서 탄저병이 유독 심하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 예산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 달간 지역 내 총강수량 평균은 130.15mm인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이보다 4배가 넘는 555.38mm의 비가 퍼부었다. 특히 한 번에 많은 비가 집중돼 내리는 특징 때문에 열매에 물이 몰려 과수가 터지는 열과 피해도 나타났었다.

이처럼 힘든 한해를 보냈던 예산지역 사과농가는 올해로 사과 재배 100년을 맞은 가운데 가을 사과의 대명사인 ‘부사’를 본격 출하 중이다. 1923년 고덕면 대천리에 일본인이 처음 사과원을 개원한 이래 맛과 명성으로 중부권 최대 주산지로 도약하며 올해 재배 100주년을 맞았다.

예산8경 중 하나인 예산황토사과는 오랜 재배 기술과 청정 황토밭, 깨끗한 예당호의 물, 알맞은 밤낮의 일교차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생산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며,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예산의 대표 특산물이다.

군은 현재 972농가 1042㏊ 면적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으며, 영농자재, 저온저장고, 신선도 유지제 등 생산에서 유통까지 다양한 지원을 통해 품질이 균일하고 우수한 사과를 출하하고 있다. 또한 군은 사과 재배 100년을 맞아 예산황토사과축제를 오는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예산군 예산종합운동장 일원에서 개최한다.

군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출하하는 예산 명품 사과를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도록 사과 홍보 및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 대표 사과로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맞춤형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후온난화와 농산물 수입개방 등에 대비하기 위해 충남 예산군이 앞장서 도입한 '엔비(ENBY)' 사과 농가들의 사정은 좋지 못하다.

엔비사과는 군이 지난 2009년 뉴질랜드 엔자사(社)와 협약을 맺고 유럽 사과 묘목 30그루를 도입해 시험재배를 시작하면서 예산 땅에 뿌리를 내린 품종이다.

도입 당시 과일이 단단해 식감이 좋고 당도(16~18브릭스)가 높아, 시장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과수농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군은 해외견학을 추진했고, 사과수출단지를 조성했다. 2016년엔 브랜드 사용권 등 전권을 위임받은 한국에이전트 회사인 (주)에스티아시아가 능금농협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군내 과수농가들 사이에서 엔비사과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심하고 있다. 최근 예산군농어업회의소와 예산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농가들은 기상이변·인력난·가격하락 삼중고에 봉착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과 속사정들을 쏟아냈다.

농가들에 의하면 엔비가 14년 전부터 도입되면서 엔비사과협의회라는 단체가 생겼고, 능금조합에서 맡다보니 계속 그쪽 농가만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날부턴가 능금조합이 운영하는 APC가 엔비 선별작업에 들어가면 후지, 홍로 등 다른 품종 농가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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