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읽었던 위인전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어서도 여전히 교훈으로 남아 삶에 적잖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약 보름 전 30여 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 걸쳐 우연히 TV 한 프로그램에서 접한 두 인물의 이야기는 마치 위인전 두 편을 대한 것 같이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감동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아 잔잔한 울림을 줄 뿐 아니라 지나 온 내 삶을 되돌아도 보게 되고, 또 미래를 향하여 가는 길목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진지하게 가다듬어도 보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는 자녀들과도 포기하지 않고, 소신 갖고 뚝심 있게 한 길을 걸었던 이들의 삶을 본받을 것을 권했습니다.

그 주인공 중 한 사람은 뇌 과학자이면서 스탠퍼드대학 종신교수인 이진형 박사입니다.

그는 전기공학부에서 전기를 전공하고, 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미 명문대 UCLA 교수 임용이 됐지만 이를 고사하고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할머니를 보면서 뇌 과학으로 진로를 바꿔 1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지하에서 새벽 2시까지 간질을 연구하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될 것 같은데 100번 째 실험을 해도 실패하니까 그나마 응원하고 지지하던 소수의 사람들마저 ‘그만하라’고 권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연구한 결과 결국 120번 째 실험에서 성공하여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파이어니어상을 수상하고 스탠퍼드대 종신교수로 임용이 되었습니다.

그는 뇌질환 진단 회복 스타트업 엘비스를 창업해서 뇌전증을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 출시 등 실용화에 매진하며 인류건강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길을 갈 수 있었지만 기꺼이 어려운 길을 택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와 같이 뇌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강렬한 내적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인터뷰 하는 그에게서 존경의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세계보건기구 김록호 국장입니다.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학생이었지만 자신처럼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꿈을 안고 학업에 매진하여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 작은 병원을 오픈합니다.

그동안 가난하게 살았으니까 돈 버는 일에 집중할 만도 한데 그는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대신, 사회적 약자들을 치료하고 돌봅니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병으로 자꾸만 죽어나가는,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없어 그들의 편에 서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 사건 해결에 앞장섰습니다.

그가 운영하던 병원을 정리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유학을 떠나게 되는데 그 목적이 사회적 약자를 더 힘 있게 대변하기 위함이었다는 말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그는 원진레이온사건의 공을 인정받아 슈바이처상을 수상했고, 2013년 세계보건기구에 입사해 산업보건국장으로 재직, 이제 세계인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며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어려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 뒤에서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분명 보통 사람과는 다른 비범한 삶을 살아낸, 뚝심 있게 살아 온 위인이었습니다. 이들의 뚝심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뚝심’은 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하여 내는 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진형 교수가 100번을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실험을 만일 멈췄더라면, 김록호 국장이 개인적인 부와 안일함만을 추구하면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일을 멈췄더라면 어땠을까! 이들의 숭고하기까지 한 ‘뚝심’을 묵상하면서 이들처럼 살아오지 못한 것에 대하여 크게 자책하고 있을 때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신문사 가족이 한마디 툭 던져 위로해 줍니다.

“그 어렵다는 지역신문을 25년 넘게 발행해 온 것이 과연 뚝심 없이 가능했을까요?”

듣고 보니 부정도 못하겠습니다. 매주 인쇄비를 마련하지 못해 중단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음에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는 그 신념 하나로 꿋꿋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보름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렵다’, ‘힘들다’, ‘소망이 없다’는 아우성이 가득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나 한사람 보다 가족을 위하여, 타인의 유익을 위하여 뚝심 있게 버티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 소망의 불을 함께 지펴 소망이 힘차게 타오르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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