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는 팝송을 두어 번 듣고 따라 하다보면 금세 익혔고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가사를 잊어버리지도 않는데,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새로운 노래를 배워보려고 귀를 쫑긋하고 들으면서 여러 차례 따라 불러보아도 가사가 쉬이 입에 익지 않아 슬쩍 낙심이 되기도 합니다.

“엄마는 좋으시겠어요. 시험도 안보고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 나도 빨리 엄마 돼야지!”

은근히 꽤 부리며 공부에 전념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야.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학창시절에 많이 배워두어라” 하시던 부모님의 말씀은 그냥 으레 하시던 잔소리가 아니라 진리였음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지식을 스폰지처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있었던 것처럼 모든 일에 합당한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집 아들 눔은 지난 기말고사 시험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시간을 컴퓨터 게임에 투자하는 바람에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핀잔과 함께 어머니로부터 달콤 살벌한 꿀밤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연휴를 맞은 요 며칠 ‘마음껏 즐길 때가 이때라’ 흥얼거려 가며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어머니로부터 꿀밤을 먹지 않아도 됩니다. 열심히 공부할 때가 있었으면 열심히 놀 때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녀석은 그렇게 게임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주말에 만난 한 전라도 출신의 어르신이 거울을 보면서 한탄합니다.

“오메 오메, 이 자글자글 헌 주름조까 보소. 어찌야 쓰까이! 내가 처녀 때는 이 볼따구가 얼매나 탱탱허고 이뻤는디 인자 늙어갖고 소용없네!” 하시면서 ‘명절을 즈음해서 자식들에게 효도성형이라도 해달라고 졸라야 하나’ 자문을 구합니다.

젊었을 적 탱탱했던 때를 그리워하는 일도 나쁘지 않고, 늘어난 주름을 제거하고 꺼진 볼 살을 채워 넣는 일도 나쁘지 않으나, 지나 온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 노년의 때에 맞게 성숙 된 모습으로 아름답게 살아내는 것이 더욱 멋져 보일 것 같다고 조언해 드렸습니다.

젊었을 때는 탱탱한 모습이 아름답고, 노년의 때에는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억지로 끌어당겨 펴고, 뭔가를 집어넣어 빵빵해 진 볼로 어색함을 주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 아름답다 여겨집니다.

어린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열심히 뛰어놀아야 할 때이고, 학창시절에는 지식을 탐구하는 일에 몰두해야 할 때입니다. 청년의 때에는 미래를 차근차근 내실 있게 준비할 때이고, 중년의 때에는 인생의 대전환점에서 깊이 있는 후반전을 준비할 때이고, 노년의 때에는 스트레스 받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여유를 가지고 자유로운 삶을 즐길 때입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전도서에 모든 일에 때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전도서3장1~8절]

나고, 심고, 치료하고, 세우고, 웃고, 춤추는 등의 긍정의 때를 지날 때도, 죽고, 뽑히고, 헐고, 울고, 슬퍼하는 등의 부정의 때를 지날 때에라도 모든 때를 수긍하며 아름답게 살아낼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롭다 여겨집니다.

새해가 환히 밝았습니다. 누군가는 가장 어려운 때를 지나고 있고, 누군가는 풍요로움 속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때를 지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천하만사 다 때가 있다 하니 지금 어렵다고 해서 낙심할 일도 아니고, 당장 행복하다고 방심하고 교만할 일도 아닙니다.

지금 나는 어느 때를 지나고 있습니까! 모든 때를 수긍하며 아름답게 살아낼 준비가 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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