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이상하게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새해에는 해낼 수 있을 것 만 같은 소망이 넘실거립니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결코 다르지 않지만 새해는 지난날의 삶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는 새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설레고 좋습니다.

새해 첫 날 목사님께서 올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구체적으로 세 가지 적어 내라는데 고민입니다. 주변 사람들 보니까 쓱쓱 잘도 써 내려가서 툭! 미련 없이 제출하던데 아직도 빈 용지를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내 자신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바라고 소원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도무지 세 가지로 추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마련한 다이어리에 적어보며 정리하고 추려보기로 했습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둘째 녀석 마냥 아직 길들지 않아 뻣뻣하게 굴어 자꾸 접어지려고 하는 다이어리를 꾸욱 꾹 누르고 또 눌러 길들이기를 반복한 다음 첫 장에 제목을 ‘새해 소망과 다짐’이라고 적고 써내려 가봅니다.

나와 내 가족, 내 곁의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사고 없이 무탈하길, 기쁜 일들이 가득하길 등 누구라도 바랄 것 같은 일반적인 바람부터 다짐, 그리고 올해 달성하고 싶은 새로운 목표까지 써내려 가는데 끝이 없습니다. 바라고, 소원하고, 계획하는 일들이 나에게 이리도 많았더란 말인가! 만날 키보드에서 딸깍딸깍 거리다가 오래간만에 볼펜을 들고 쓰자니 손가락이 아파 와서 잠시 멈춘 순간, 누군가가 ‘소망이 없는 삶은 그 자체가 이미 지옥’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 나 참 다행이라 여겨지며 기분 좋게, 망설임 없이 떠오르는 대로 적어내려 갑니다.

이렇게 새해 소망을 내 자신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주어진 직분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것은 그 소망이 생각 속에 묻히지 않고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애도 써보고 노력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일 테니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름 신중을 기하여 열심히 써내려가고 있는데 우리집 둘째 녀석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굳이 옆에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망을 귀에 속삭이고 도망칩니다.

“올해 제 소원은 엄마께서 가끔은 계모가 되시는 거예요.”

“뭬야?”

“엄마께서 늘 그러셨죠. 계모는 자식이 공부를 하든지 말든지, 게임을 하든지 늦잠을 자든지 그냥 내버려둔다면서요? 엄마가 가끔은 계모가 되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방학 때는요!”

엉뚱한 녀석의 소원대로 잠시 계모가 되어 달콤 살벌한 꿀밤을 한대 먹이고 돌아와 앉아 뉴스를 보니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경제적 여유’를 갖는 것이 새해소망 1위를 차지했고,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 사장님들은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앞서 ‘가족의 건강’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누군가는 의자와 헤어질 결심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다짐하고, “새해에는 꼭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일자리 잃은 노동자의 가슴 아린 소망도 있습니다. 농민들은 농업과 농촌이 소멸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마음 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장애인들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그저 차별 없는 세상이기를 소망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올해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참된 일꾼을 뽑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새해가 되어 다이어리에 적어보고, 내 마음속에 품은 새해 소망, 다짐, 계획이 무엇인가요! 이  모든 것들이 바라는 마음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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