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일시적인 장애를 얻은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임대 해 주는 보행기 모습

주중에 화분을 정리하던 중 예고조차 없이 찾아 온 허리병(블랙디스크)으로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고통을 첫 경험해보았습니다.

MRI를 통해 바라본 추간판은 가장 바깥쪽에 있는 섬유륜이 하얀색으로 보이고, 안쪽에 있는 수핵은 회색빛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흔하게 정상적인 추간판의 모습이지만 수핵부분이 회색이 아니라 까맣게 변한 MRI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블랙 디스크'라고 합니다.

첫 아이 출산 때 경험한 산통 말고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극심한 고통에 혈압이 올랐는지 오심을 느끼고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느끼며 마치 죽을 것 같은 공포도 느껴보았습니다.

다행히 마침 방학이어서 집에 있던 자녀의 도움으로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불가피하게 구급차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 일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 일이라는 게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언제, 어떤 긴급 연락을 취해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상시 휴대폰 등을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가깝지 않은 거리에 방문을 닫고 늦잠을 즐기는 아이를 불러 깨우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고통 가운데 시간이 지체될 때는 내 몸에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이 꽤나 원망스러웠답니다.

그렇게 난생 처음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여 세 분이 방문했는데 아파트 높은 층 엘리베이터의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엘리베이터 공간이 좁아 휠체어에 앉아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당시 몸의 컨디션은 앉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방법이 없다니 할 수 없이 동의하면서도, 그 와중에 기존 엘리베이터는 어찌할 수 없더라도 새롭게 건축하는 고층 건물에는, 꼭 누워서 이동을 해야 하는 상태의 응급환자에 대하여 누워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 되도록 병원처럼 직사각형으로 길게 설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이런 불가피한 상황을 미안해하면서 정중히 설명해 주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고통에 공감해주고 격려해주었으며, 중간 중간 문턱을 만나 넘어가야 할 때도 충격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설명해주는 등 이용자를 섬세하게 배려해주는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에서 난생 처음 폐소공포증이 없어도 누구라도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MRI 촬영을 첫 경험해보고, 시술 후 걷는데 도움이 되는 보행기도 이용해보고, 그리고 평상시 들어갈 일 없었던 장애인화장실도 이용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퇴원 이후에 집안에서 사용할 보행기를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무료로 임대하는 경험도, 병실 침대에 누워서 기사를 쓰는 경험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몸은 꽤 오래 전부터 수시로 경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마'하며 무시하고 방치한 결과로 시술까지 받아야 할 만큼 일이 커졌지만, 여러 상황들을 경험해보면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 특히 혼자 있을 때는 핸드폰을 늘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 실비보험 하나쯤은 들어놓는 것이 정말 유익하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좁고 기다란 통으로 들어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40분 이상 움직이지 않고 촬영해야 하는 MRI에 대하여 막연한 공포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막상 해보니 이용한 병원에서는 촬영시간을 20분으로 최소화하는 AI 고화질 MRI 복원장치를 갖추고 있어서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통 속에서 헤드폰을 끼워주고 들려주는 감미로운 노래에만 온통 집중하다 보니 할 만합니다. 그동안 MRI촬영에 대해 갖고 있던 공포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또 직접 이용해 보지 않았더라면 발견할 수 없었을 텐데, 병원 안 장애인화장실에 설치된 응급벨이 떨어져 변기 뒤쪽에 수일 방치돼 있는 등의 개선 사항을 건의할 수 있는 유익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 끊임없이 위로하는 지인들의 고마움, 구급대원들의 수고, 이런 저런 질병으로 아파하는 환우들의 마음, 그리고 장애인들의 고충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얻은 것도 많습니다.

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도움을 받아야 했던 것을 직접 경험하며 스스로 앉고, 서고, 입고, 싸고, 씻고, 허리를 구부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올리고, 손을 넣어 운동화를 신고 자유롭게 걷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커다란 감사의 대상이었음을 모르지 않았으나 절절히 깨닫는 기회가 됐습니다.

독자여러분에게는 간접경험이 될 이와 같은 일들을 통하여 단 한 가지라도 유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에 담아보았습니다.

새해가 되어 입버릇처럼 복 많이 받으시라고 건네던 인사말을 당분간은 이렇게 바꿀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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