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입원해 있는 동안 동갑내기 간병인을 만났습니다. 병동 한 켠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만난 그분은 중국동포로 환한 미소가 눈에 띄게 아름다웠습니다.

오래 전부터 24시간 간병인으로 쭉 일해 왔다는 이분의 눈은 벌겋게 충혈 돼 있고, 예쁘장 한 얼굴에 주름이 많아 피부나이가 족히 6-70은 돼 보입니다. 그런데 24시간 이분이 어떻게 일하는 지 지켜보니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분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활동을 돕고, 식사를 돕고, 보살피고, 개인위생을 돕고, 배설을 보조하며 환자의 안전을 살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한 병실에서 허리, 다리, 팔 등을 수술하거나 깁스를 한, 연령대도 참 다양한 여러 명의 환자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돌아가면서, 혹은 동시에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들에게 응대해 가며 특히 낮 시간은 매우 분주해 보였습니다.

한 날은 허리를 수술하고 거동이 어려우신 어르신의 물리치료를 위해 휠체어를 밀고 내려가는 그분과 마침 동행해 보았습니다. 어르신의 순서가 되자 안전하게 치료실에 누인 후에 곧바로 병실 다른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서둘러 올라갑니다. 그런데 내 옆에 나란히 누워 치료받던 어르신이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불안해하기 시작합니다.

“방금 전 화장실에 놓고 왔나?, 침대에 놓고 왔나? 그럴 리 없는데, 아들이 전화한다고 해서 분명히 갖고 내려왔는데 왜 없는 거야?”

‘천천히 잘 찾아보시라’고 했는데 결국 간병인을 호출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계단으로 뛰어내려왔는지 숨을 헐떡이면서 어르신 주머니도 찾아보고, 갔던 화장실도 찾아보았지만 없으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병실에서 자신의 도움을 기다리는 환자가 있었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어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그 순간, 결국 어르신이 안주머니에 깊이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찾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후유! 다행이다! 할머니, 다음부터는 꼭 목에 걸기로 해요” 손가락을 걸어 약속하고 급히 뛰어올라 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크고 작은 시중을 들며 종일토록 고단한 그의 육신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은 비좁고 딱딱한 보호자용 침대가 전부입니다. 팔과 다리를 펴기도 힘든 이 불편한 침대에서 잠을 청하면서도 언제 어느 때라도 환자가 부르면 지체 없이 달려가야 하니까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쪽잠을 잘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별도의 법정 휴게시간이 없다보니 수면부족으로 눈은 늘 충혈 돼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남편과 자녀들을 얼마 만에 만나는 지 물으니 세 달에 한 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운 가족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물으니, 6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기관지에 숨구멍을 뚫어 숨을 쉬어야 하고,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누워지내는 남편의 병원비와, 자녀들이 살고 있는 집의 월세를 내려면 하루라도 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정 휴가나 쉬는 날이 따로 없고 내가 쉬는 날 만큼 받는 월급도 줄어들기 때문에 일을 쉰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조건과 어려운 가정환경, 그리고 본인도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지독한 당뇨병이라는 지병을 갖고 있으면서도 늘 환하게 웃는 그녀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저리 되고 나니까 소망도 없고 얼마나 힘이 들든지 엉엉 소리 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울어도 소용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웃으니까 웃어지고 또 그렇게 살아지더라구요. 몸은 힘들지만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하고, 성실하기만 하면 돈을 벌어 남편수발 들 수 있고, 자녀들을 돌볼 수 있으니까 다행이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어쩌다 보니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니까 잠이 부족해 눈이 충혈 돼 있고 가끔은 비틀거리면서도 하루하루 벼텨내고 있는 이분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한 가득입니다. 간병인들의 하루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한 환자분이 의분을 토하는 한마디 던지며 간병인을 위로합니다.

“나도 수시로 필요해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몇 시간 만 이라도 뽀땃허게 잠은 잘 수 있게 잠깐 교대를 해주든지 해야제. 이것은 노동착취고, 인권유린이여!”

이렇게 환자 자신이 끊임없이 도움을 받으면서도 안타까워하는 간병인의 일은 24시간 환자 옆에서 먹고 자면서 수발을 들어야 해서 점점 더 외면 받고 있는 일입니다. 2024년 최저시급이 9,860원인데 이분 같은 경우 법정휴게 시간조차 없이 24시간을 일하고 10만 원을 받는다니 시간당 약 4천 원을 받는 셈입니다.

이렇듯 워낙 악 조건이다 보니 한국인 간병인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중국 동포들과 같은 외국인들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에서 장시간 노동·근로기준법 미적용 등 간병인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득히 멀어 보입니다.

동갑내기라 하니 서로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어느 한 날 맛있는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커피도 한 잔 사주고 싶다는 제안에 “그러려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한다”며 씁쓸한 웃음 짓던 그녀의 애환은 누가, 언제쯤 달래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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