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5일 대목장을 맞은 당진전통시장을 찾아보았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한산하지 않을까 내심 염려하면서 입구에 들어섰는데 대목장은 대목장입니다. 상인들은 우비를 입고서라도, 소비자들은 우산을 쓰고서라도 전통시장을 찾아주어 북적대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

시장 안에 위치한 떡집마다 힘차게 뿜어대는 김이 떡집 주변을 감싸고 왕왕 피어올라 간판을 읽기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뿌옇게 피어오른 김을 이리저리 헤치고 겨우 입구 문을 찾아 열고 들여다보니 방앗간 주인장은 김 펄펄 내며 쉴 새 없이 이어 나오는 떡가래를 어쩌면 그렇게 길이도 일정하게 잘라 뻘건 고무다라이 냉수에 기절시켜 가지런히 눕혀댑니다.

방앗간을 방문한 어르신들은 줄지어 앉아 주문한 떡이며 들기름, 참기름 나올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줍은 새색시마냥 다소곳이 앉으셔서 내 참기름 언제 나오나 깨를 볶는 과정부터 세심하게 지켜보고 앉아계시던 어르신과 잠시 담소를 나누며 방앗간을 찾으신 이유를 여쭈니,

“오늘 참지름(기름) 짤라고 버스 타고 나왔쥬. 설에 자식들이 오믄 꼭 용돈 주고 가는 디 지름이라도 한 병씩 줘서 보내야 에미 맴이 편허지 않겄슈?” 하고 답해주시더니, 같이 오신 옆 분에게 얼마나 많이 궁금했는지 줄줄이 나오는 떡가래 마냥 숨도 안 쉬고 바로 물어봅니다.

“그란디 지비는 작년 설 때 보담 이번엘랑 떡가래를 많이 빼는 거 같구만 그랴.”

“우리 메누리가 시어메가 빼준 떡이 마트서 사 묵은 놈 허고는 쨉도 안되게 맛있다고 허니께 이번엘랑 더 많이 빼서 줄라고 그러쥬.”하고 대답하는 어르신 얼굴에 기분 좋은 웃음이 한 가득입니다.

어르신들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 헤죽헤죽 웃으면서 나와 시장을 돌아봅니다. 역시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 파는 곳이 제일 북적입니다.

“집에서 먹는 과일이야 못난이를 사서 먹어도 되지만 상에 그런 걸 올릴 수 없잖아요. 과일값이 너무 비싼데 그렇다고 상에 안올릴 수 도 없고! 에효! 그냥 한 두 개씩만 놓으려구요. 그나마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서는 좀 저렴하지만 올해는 특히 더 부담스러운 가격이네요.”

올해 사과와 배 값이 작년에 비해 50%가량 뛰었다고 하더니 장을 보던 한 젊은 아낙이 한숨을 내쉬며 살까 말까, 들었다 놓았다 하며 한참을 고민합니다.

수산물 코너에도 몰린 손님들 쓴 우산이 자연스레 포개지고, 이것저것 사 제낀 물건들을 양손에 들어야 하니까 우산 쓰는 것을 애시 당초 포기한 어르신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데 얼어붙는 날씨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집을 향해 돌아오는 길목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시던 한 어르신이 대파 한 다발 소중하게 안고 계십니다.

“우리 마누라가 진즉 장은 다 봐놨지. 그런디 우리 아들이 갈비를 좋아하는 디 대파를 꼭 넣어야 한다누먼. 사는 것을 깜빡 했다고 병원 다녀오는 길에 나보고 잊지 말고 꼭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대파 잊어버리고 오믄 집에 못 들어 온댜. 워칙혀. 그러니께 소중히 안고 가야제. 허허허.”

모처럼 고향집 찾아오는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에 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더 맛깔나게 요리해 먹이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 읽혀져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설을 3주 앞둔 1월 23일 기준으로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을 조사한 결과 대형유통업체(약34만원)보다 전통시장(약 27만원)이 약 18% 저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니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전통시장 찾을 만 합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을 구입하면 온누리상품권으로 최대 2만원까지 환급도 해준다니 적극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많은 분들이 찾고 이용하여 소비자도 웃고 상인들은 더 크게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독자 여러분,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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