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가족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 안내문을 접하고 자폐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친구가 적극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목소리가 처음에는 씩씩했는데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런 저런 일로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면서 오늘 새벽 슬며시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버렸던 내 우산처럼 그렇게 친구의 목소리가 젖어들고 있었습니다.

“SNS에 올라 온 글을 읽었는데 장애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이 글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 지 알고 싶어서 댓글을 살펴보는 가운데 한 댓글에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언급한 것을 보았어. 글을 쓴 사람이 모르고 그랬을 거라고 여겨지면서도 엄청 속상하더라. ‘비정상인’이라는 말은 장애인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은 작은 말 한마디에도 가슴이 찢어져.”

그러면서도 가슴속 울분을 털어내듯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더라고. 장애인이든 비정상인이든 뜻만 통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장난 아니냐고. 우리 아이들이야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누구라도 언제든지 장애를 갖게 될 지 알 수 없잖아. 그럼 그때 자신이 비정상인 취급을 당하고 비정상인이라고 불리워진다면 기분이 어떨 지 묻고 싶었어.”

이제는 아이들이 고 3이 되다보니 돌보면서 힘도 달리고 몹시 지쳐있었지만 장애인을 향한 언어 뿐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비장애인들도 스트레스를 받듯이 장애인들도 스트레스를 받아. 비장애인들은 내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말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원인을 해결할 수도 있잖아. 그런데 특히 우리 아이들처럼 자폐가 있으면 소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의사표현을 못하니까 그 답답함과 억울함을 행동으로 표출하게 되는데 그것을 사회는 ‘문제행동’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해. 비장애인이 봤을 때 특히 자폐성 장애인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까 ‘문제행동’이라고 한다는 것인데, 비장애인의 행동이 장애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는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잖아. 결국 장애인을 차별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친구의 말을 듣다보니 그저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모조리 문제로 여기며 바라보는 편협적인 시선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몸으로 표현하는 행동에 대하여 무조건 ‘문제행동’으로 낙인을 찍고, 사회참여를 독려한다면서도 실상은 소극적인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장애인 가족지원체계에 대하여 들어보니 우려했던 대로입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실적인 욕구에 맞추기 보다는 장애등급이니 소득수준이니 벽을 세워놓고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이 힘에 겨워도 짊어지고 가야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장애인가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하니 하고 싶은 말이 무궁무진 하나 이 한마디 꼭 써달라고 합니다.

“장애인들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사회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더 활짝 열어주십시오!”

장애를 경험하지 않고, 또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입장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비정상인’같은 잘못된 언어는 바꾸고, 그릇된 시선을 바꾸는 일,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져 장애인, 비장애인 차별 없이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 충남이 되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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