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을 들여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더라구요. 태어나서 한 번도 품을 떠나본 적이 없었는데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염려도 되고, 친구처럼 늘 조잘대고 함께 깔깔깔 웃고 그랬는데 딸이 없으니 이제 웃을 일도 없을 것 같아 벌써부터 우울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네요!”

지난 주말에 지인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된 딸을 바리바리 짐을 싸 기숙사에 올려 보내놓고 목소리가 한겨울 미처 뽑지 못해 서리 맞은 배추마냥 시들시들 합니다. 늘 씩씩하던 딸도 생애 처음 부모의 품을 떠나 혼자 남겨지게 되어 불안했는지 발길을 돌리는 부모와 1분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서 붙잡는 것을 떼놓고 오려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는 하소연을 듣습니다.

듣다보니 수년 전 훈련소에 아들놈을 떨어트려놓고 돌아오는 길에 안쓰러운 마음, 허전한 마음 두루 섞여 눈물이 줄줄 났던 일이 생각 나 지인의 마음이 어떨지 훅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분주했지만 꽤 긴 시간 통화를 하며 위로가 되었다는 고백을 듣고 나서야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독립하면서 느끼는 허전함, 상실감, 외로움을 ‘빈둥지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런 감정이 질병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계속될 때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마음을 환기시킬 것을 당부합니다.

“대학생 정도면 그래도 마음이 한결 낫지요. 작년에 우리 아이 천안 고등학교 기숙사에 맡기고 돌아오는데 마음이 놓이지를 않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내가 괜한 짓을 했나, 그냥 집에서 다니게 할 걸 그랬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진짜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1년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가 염려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잘 하더라구요.”

더 어린 나이에 자녀를 독립시켜 본 어머니의 말이 적잖이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머나먼 해외로 유학 보내는 어머니에 비하면 더더욱 위로가 될 것 같네요.

“스무 살 아직 어린 나이에 우리 아들이 취업을 했는데 직장이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서 자주 가보지도 못하고 녀석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늦지 않게 잘하고 있는지 매일 전화를 하면서도 불안해서 잠도 잘 안 와요. 부모님들 다 저와 같은 마음일까요?”

한 SNS에 올라온 글을 보니 돈 벌겠다고 먼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를 염려하느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이루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두 아이 결혼시키고 나면 두 다리 쭈욱 뻗고 잘 거라고 했는데 왠 걸, 자식은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해도 부모의 걱정은 끝이 없는 것 같아.” 두 딸 시집보내 아들 딸 고루 낳고 참 잘 살고 있는데도 이모의 시선과 부모의 시선은 다릅니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께서 자전거를 끌고 읍내 나가시는 아버지에게 ‘차 조심하라’고 당부하시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허리 땅에 닿도록 굽은 어머니가 머리 희끗한 아들을 향하여 염려하시던 것을 기억해 보면 부모의 자식걱정은 언니 말대로 끝이 없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사람이 동물 가운데 애착본능이 가장 견고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분리불안이 자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강한 애착본능이 유대감을 높여 화목한 가족관계를 이룰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녀의 건강한 독립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하니 조금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혹여 자녀에 대한 과잉 책임감을 느껴 자녀가 스스로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기억 해야겠습니다. 2020년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니,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비율이 57%를 넘습니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존하려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겨집니다.

한 칼럼리스트는,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과 실패가 마치 부모의 책임이라고 여기며 좋은 대학을 보내는 일부터, 결혼, 직장, 집, 마침내는 손자까지 맡아 보살피는 것까지 이어지며 평생 놓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언급하며 이 시대에 캥거루족이 생긴 것은 자녀도 자녀지만 도리어 부모가 자녀로부터 분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중3 올라가는 늦둥이 녀석을 놓고 벌써부터 타지로 대학 가면 손끝이 야무지지 못한 녀석이 혼자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지고 염려했던 것을 보면 이분의 의견을 아니라고 부정 못하겠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각지로 떠나는 자녀들을 놓고 부모가 우울해 하고 힘들어하는 대신, 허전한 마음을 다잡고 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건강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임을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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