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지난 달 중순 즈음에 건강검진을 통하여 ‘암이 의심되니 큰 병원을 가보라’는 지역 병원의 권유를 받고 지체하지 않고 정밀 검사를 위해 서울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암덩어리가 이미 너무 커져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하루속히 제거수술을 하지 않으면 뼈로 전이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담당의사는 이미 수술 일정이 꽤 밀려있었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날짜를 잡아주면서도 혹여 수술 날짜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 한다면 제일 먼저 연락을 줄 터이니 전화기를 꼭 붙들고 있으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만큼 이 분의 몸 상태는 하루하루가 시급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김 씨가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라도 더 빨리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동안,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과 의대 교수들이 연일 서울 빅5병원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서 자꾸만 자리를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김 씨가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병원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선택한 병원이 하필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있는 빅5병원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김 씨는 그때부터 생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수술날짜가 앞당겨지기는커녕 예정된 날짜에 수술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고 밥이 잘 먹힐 리 없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요! 예정됐던 날짜에 수술을 할 수 있으니 하루 전날 입원하라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술할 수 있다고 입원하라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병원도 언론에서 염려했던 것처럼 전공의들도, 인턴들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떠났지만 제 수술을 담당하신 교수님께서는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김 씨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담당교수님으로부터 자리를 떠나버린 전공의를 대신해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가 수술을 돕게 될 것이라는 것과, 그래서 수술시간이 생각보다 꽤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야 했습니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하루가 시급하다는데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원래 정상적인 과정이었다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된다던 수술이 3시간 30분이 경과되고 나서야 김 씨는 수술실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일간 체온이 40도를 넘나들며 고통을 주었던 암 덩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뼈로 전이도 되지 않았다는 기쁜 소식을 안고 지난 주말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입원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아서인지 병실이 한산하고 조용했어요. 그리고 회진 돌 때 적어도 서너 분의 의료진이 함께 오시잖아요. 입원해 있던 지난 6일간 만날 수 있었던 의사선생님은 수술을 해주셨던 교수님 뿐 이었어요. 직접 드레싱을 해주셨고, 토요일이었지만 쉬지 않고 나오셔서 환자들을 돌보시는 것을 보고 퇴원했습니다” 소신 갖고 주말도 없이 나와 환자들을 돌보는 교수님을 통해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이 시국에 과연 수술을 받을 수나 있을까 염려하며 기다렸던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저는 참 운이 좋게 일정대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입원도, 치료도, 수술도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그분들의 심정이 느껴져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정부도, 의사들도 서로를 협박하는 언행 대신, 부드러운 대화로 합리적인 결론을 속히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도하렵니다” 인터뷰하는 김 씨의 목소리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역력합니다.

‘의료 파업’, ‘병원 나간 의사들’, ‘의대파업 장기화’, ‘의사협회 총파업 카드 꺼내’, 오늘도 언론에서는 제목만 보아도 불안해지는 기사를 끊임없이 올려대며 쉬이 결론이 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김 씨의 말대로 강경한 의견대립 대신, 속히 협상이 이뤄져 우리 국민이 마음 편하게 치료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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