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을 맞은 지난 한주간은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날 만큼 제법 찬바람이 불어대 봄이라고 가볍게 입었다가 감기가 걸리는 등 낭패를 보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러니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기상정보를 확인해 보고 적극적으로는 창문을 열어 얼굴을 내밀어 보면서 옷차림을 결정해야 했고,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그나마 규칙적으로 학교운동장에서 걷기운동을 실천하던 분들마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말부터는 따뜻해지면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하늘마저도 예뻤던 24일 오후 당진천을 지인들과 함께 걷는데 봄기운을 느껴보려고 나와 걷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살랑살랑 간지럽게 일렁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산책길에 나선 시민들의 옷차림이 가볍다 못해 어떤 젊은 여성은 종아리가 다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어주며 앞서가는 패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추워서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던 한주를 지나고 나니 산수유에 이어 빛 좋은 곳에 자리한 민들레, 개나리, 매화는 물론이고 수선화, 진달래도 슬며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벌거벗은 듯 한 모습의 벚나무도 질세라 여차 하면 와르르 피어오를 만반의 태세를 하고 있어서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합니다.

한 어르신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털 푸덕 주저앉아 언덕이어서 물기 없이 야생에서 자라 밑 둥이 보랏빛으로 물든 불미나리도 캐고 쑥도 캐며 봄을 마구 바구니에 담습니다. 성실한 이 어르신은 일도 하면서 봄도 즐기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늘씬한 몸매에 롱 다리 과시하며 떡하니 등장한 백로 한 마리는 이제 자꾸 얇아지는 옷에 상대적으로 드러나는 몸매의 관리가 급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고, 원래 철새였던 청둥오리가 우리나라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아예 텃새로 자리 잡고 살아간다더니 당진 천도 장악하여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시민들을 반겨주며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줍니다.

봄은 그동안 본 체 만 체 지나쳤던 포토 존도 머물러 쉬어가게 합니다. 봄바람이 단단히 든 아낙들이 노란 개나리를 뒤 배경으로 포토 존에 앉아 브이를 해대면서 까르르 웃음소리까지 사진 속에 함께 담습니다.

바람 불어 엄두가 나지 않던 자전거를 타고 나와 쉬어가는 자리에서 재잘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훈훈하고, 너른 논바닥에서 아빠와 연을 날리는 한 아이의 얼굴이 걷다가 반갑게 만난 수선화 같습니다. 삭막하던 논바닥에 한 농부님이 트랙터를 몰고 나와 논을 제법 예쁘게 정리하며 봄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왔는가 싶으면 어느새 저만치 가고 없을 짧은 봄이기에 구석구석 샅샅이 살펴 눈으로 담게 되고, 온몸으로 느끼며 봄을 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동네에서 여유롭게, 천천히 걸으며 봄기운을 만끽하는 것도 참 좋습니다. 되돌아오는 길 파란 하늘에 둥둥 떠가는 구름이라도 된 듯 한결 가벼워진 몸을 느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다가오는 주말을 즈음하여 태안 천리포수목원 목련축제를 비롯하여 충남 여기저기에서 봄꽃축제가 열린다니 기대가 됩니다. 다가오는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 봄을 만나러 꼭 집을 나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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