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살이



 



시방도 귀에 비행기 소리 들려



콩떡 우물거리다 말고



장롱 뒤로 숨어 달달 떠는 할머니



 



귓속에 벌집 짓고 사는



흉물스런 말벌 떼는



어느 나라 비행기인가



 



미군이 묻거들랑



저팬이라 하지 말고



코리아라 말해라



 



바닷가 대밭 우거진  숲에서



가랑잎 바스라지는 목소리로



일러주던 그 사람



 



밀가루 반죽으로 빚은 듯한 얼굴에



콧날이 키조개만 한 미군도



겁나게 무섭기만 했지



 



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다는데



비행기 소리 생생한 할머니는



아직도 피난살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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