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와 같은 막중한 책임을 맡길 사람의 선택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권 목사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정충신은 권 목사 앞에 나아가 제가 가겠노라고 자원하였다.



“비록 소생이 재주와 용맹은 없으나 첩서를 임금님 계시는 의주 행재소에 바치겠나이다.”



권 목사는 퍽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나이 어린 충신이고 보니 도리어 의아하여 “넌 나이도 어리고 이 일은 위낙 어려운 일이라서 맡길 수 없구나.”



“사또님 시급히 이치전의 기쁨을 장계로 보내야 할 판에 보낼 계획은 아니 하시고 보내지 못하는 걱정만 하시렵니까? 보내는 책임은 소인에게 맡기십시오. 잘 갖다 바치면 다행이옵고 설령 이루지 못한다 해도 사또께서 너무 걱정하실 문제가 아니오니 소인을 믿으십시오. 비록 나이가 어려서 지혜와 용기가 없음을 염려하시오나 조금도 걱정마시고 첩서나 빨리 써 주시옵소서.” 하고 거듭 아뢰니 권 목사 또한 모든 것을 믿고 있는 터이라 기회만 있으면 중요한 일을 맡기려 했다.



“장하도다! 국난을 당해 나라의 어려운 일을 맡아 나서겠다니.....어른들도 어려운 일이거늘!” 권율 목사는 호남의 전세와 이치전투의 대승에 대한 첩서를 자세히 쓰고 사위 병조판서 이항복에게 보내는 서찰 한 통을 함께 전달하며 정충신을 비장으로 삼아 그날로 떠나게 하였다.



“이것은 상감께 올릴 장계이고 이 서찰은 행재소에 계신 벙조판서 대감께 드리도록 헤라. 병판 대감은 내 사위인데 성품이 강직하여 가까이 대할만하니라. 헌데 네가 과연 전달할 것인지 염려되는구나!”



장계를 충신에게 전달한 권 목사는 지혜와 총명함이 뛰어났으나 어찌 험한 적진 속을 뚫고 의주까지 갈 것인가 자못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