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환호

충신은 눈물을 흘리며 하직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떠나는 날, 권목사는 충신의 차림을 보고 한편 놀라면서도 충신의 지혜와 용기를 믿는지라 적이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전라도 광주를 떠나 평안도 의주로 떠나니 이때가 임진년 가을인데도 가는 곳곳마다 추수하는 농부들의 모습은 볼 수 없고 빈 들판에는 왜병들의 진뿐이다. 거리에 행인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촌가들은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낮에는 숲 속에서 자고 밤에는 걸으면서 밥을 사먹을 곳이 없어 일부러 다리를 절며 벙어리 시늉으로 왜적의 진중에 들어가 행패하듯 하며 구걸하니 왜적들도 가련하게 여기고 음식을 주었다. 먹다가 남은 음식은 망태기 속에 꾸려 넣어 두었다가 끼니를 때우면서 갔다.



또한 적들은 만나면 좋은 말과 기쁜 얼굴로 대하며 부로를 잃고 찾는 중이라 하고 또는 누이를 잃어서 찾는다고 변명하였다.



도중에 왜적들이 자고 있으면 아군진영에 “다자고, 다자고...”



신호로서 알려주고 적진에서 왜군이 자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으면



“드자고, 드자고...” 하며 아군에게 적의 동태를 알려주면서 이십 여일만에 이천 리길 압록강변 의주 행재소에 당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