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안견기념관이 들썩이고 있다. 안견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를 지낸다면서 연예인을 동원하여 유흥판을 만들고 돈잔치를 벌인다고 하니 누워 있는 안견선생이 노하지나 않을까.

조선시대 대표적인 산수화가인 현동자(玄洞子) 안견(安堅)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2005 안견문화제가 내달 29일부터 30일까지 2일간 문화회관 및 안견기념관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안견기념사업회(위원장 신응식)는 기존의 안견예술제를 올해부터 안견문화제로 명칭을 바꾸고 민간예술단체의 참여 속에 시민과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틀간 열리는 행사에 무려 2억6천만원이나 쏟아 붓고, 우리고장 최고의 행사를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있는 데 어떻게 하면 이틀간 그 많은 돈을 쓰며 어떤 효과가 발생 할 지 자못 궁금해진다.

특히 첫날 추모제를 열고 야간에 가수들을 초청해 화려한 축제를 벌인다는 데 과연 이토록 시끌벅적하게 무리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안견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인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서산시는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대규모 시민한마음체육대회를 선거법상의 문제 때문에 취소하면서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남겼다. 그런데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는 안견예술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정작 무엇인가.

우리는 안견문화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안견기념관에서 추모제와 서산산업단지(기아자동차)에서 축하공연으로 시작돼 30일 안견미술대전, 도내학생미술실기대회, 안견문학 백일장 대회, 미술강좌 등이 열리고 도자기 굽기, 페이스페인팅, 가훈써주기 등 문예 체험프로그램이 기간중 상설 운영 돼 누구나 쉽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예술체험의 장도 마련된다는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 들인다.

그러나 이틀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사용되는 점, 원래 예산목록과는 다른 명칭의 행사에 예산을 사용하는 점, 연예인까지 동원하는 무리한 프로그램, 선거용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는 점은 분명히 집고 넘어 가야 한다.

우리는 서산시와 주관단체가 얼마 남지 않는 안견예술제에 대해 전면적인 재점검을 해야 하며, 진정으로 안견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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